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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담

Dead Rose - 3

by M0728 2025. 6. 23.

 d e a d   r o s e

  Another RicMin part of ROADS

 

                                              Written by birdie

  

 

 

3.

 

 

 

 

             성격도 그다지 외향적이지 못했기 때문에 어린 나이의 유학생활은

          힘들 밖에 없었다. 무엇보다, 짧은 기간 동안 목숨이라도 나눌

          것처럼 죽마고우가 되어버린 녀석과 헤어진 것도 갑작스런 정신적

          공황의 원인이 되었다. 형형색색의 머리들이 원래 말이 없는 건지,

          영어를 못해서 그런 건지 며칠째 침묵을 지키고 있는 정혁에게 호감

          보여왔지만 한동안 정혁은 입도 열지 못했다. 한참은 낯선 ,

          그리고 침대에서 그만큼이나 낯설고 높은 천장을 바라보며  

          들 때면 어렴풋하게 서울 생각이 났고, 이상하게도 십여 년의

          서울생활에서 겨우 일이 년을 같이 민우 생각이 절대적이었다.

 

            이제 겨우 미국 생활에 익숙해졌을 즈음 처음으로 꿈에 민우가

          나타났다. 정혁은 이게 분명 꿈일 거라고 생각하면서도 간만에 보는

          친구의 얼굴에 감격해 와락 껴안았다. 민우는 그대로였다. 서울을

          떠나던 아파트 놀이터에서 악수하고 포옹하며 작별인사를 하던

          그 때랑 같은 옷을 입고 있었다. 하지만 표정은 달랐다. 아이의

          한 주제에 어른 얼굴을 민우가 갑자기 자신의 옷을 하나씩

          시작했다. 놀란 정혁은 『춥잖아!』라고 말하며 민우가 벗어놓

          옷가지를 들어 다시 민우의 몸에 덮어주었다. 하지만 민우는 대로

          고개를 흔들며 거부하고 옷을 내던졌다. 황망함에 정혁은 민우가

          내던진 옷을 다시 주워들다가 몸의 민우와 시선이 맞닿았.

          한참을 아무 말도 못하고 얘가 옷을 벗고 이럴까 생각하던

          정혁에게 민우가 난데없이 달려들었다. 아직 작지만 다부진 어깨가

          정혁의 입술에 닿았다. 말랑한 팔뚝이 자신의 목을 감자 정혁의

          놀래서는 얼른 민우의 등을 껴안았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민우가

          금방이라도 연기로 변해 형체도 없이 사라져버릴 것만 같았다.

          자신 끌어안은 민우의 살이 느껴지자 정혁은 간만에 민우를

          봤다는 기쁨보다 강렬한 무언가를 맛보며 눈을 감았다.

 

              『…빌어먹을…!

 

         꿈인 알고 있었지만, 이렇게 도중에 잠을 깨버리는 생각보

         훨씬 기분 나쁜 일이었다. 눈을 뜨고 확인한 커다란 창과 빙글거리는

         천장이 있는 방은 여전히 낯설고 섬뜩했다. 기분 나쁜 것은

         축축하고 끈적한 바지 가랑이. 그것은 낯선 이국보다 생소하고

         묘한 경험이었다.

 

 

 

 

  부탁을 거절한 적도 없고, 분명히 나올 거란 확신도 있었지만 확신 때문에 불안하기도 했다. 무작정 흘리듯 말을 해버렸지만 정도로 절박했고, 그에 걸맞게 무책임하기도 했다. 학교에서도 민우를 만나기 힘들었다. 비현실적으로 그건 정혁에게 좌절을 안겨주었다. 맘만 먹으면 민우가 자신을 멀리하고 외면할 있다는 것이 가장 커다란 공포였다. 토요일 수업이 끝나자마자 민우의 교실로 찾아갔지만 민우는 이미 다른 녀석들과 교실을 나서고 있었다. 정혁을 뒤따르던 우혁이 일순간 정혁이 그토록 찾아 헤매는 것이 민우란 사실을 알고 민우의 이름을 불렀지만 이민우는 하다못해 우혁의 목소리까지 들리지 않은 해버린 것이었다. 그런 민우를 봐버렸으니 일주일 정혁이 토요일 2시에 아파트 정문으로 나와달라고 했던 민우가 지켜줄 리가 없었다. 젠장, 그럼에도 정혁은 1 30분부터 가을의 스산한 바람을 위안 삼아 민우를 기다리고 있었다.

 

  날은 더할 나위 없이 훌륭했다. 하루만 사랑하자는 제안은 소름 끼치도록 충동적인 것이었지만 그런 무모한 충동을 감싸안을 정도로 햇빛도 따뜻했고 강렬했다. 이렇게 초조하게 누군가를 기다려본 적이 있었던가. 정혁은 손목을 옥죄는 시계를 내려다봤다. 2시에서 10분이 지났다. 핸드폰을 만지작대다가 전화를 해볼까 하지만 그만 주머니 속으로 넣어버렸다. 1초라도 버티기 힘들 정도로 절망스럽다고 느끼던 찰나 치에서 비현실적인 애잔한 기다림의 장막을 걷어내며 민우가 걸어왔다. 들고있던 핸드폰까지 바닥으로 떨어뜨리며 정혁은 흐릿한 인영이 민우인지 확인하기 위해 미간과 심장을 아낌없이 일그러뜨렸다. 틀림없이 민우였다. 정혁의 앞까지 걸어온 민우는 정혁의 발치 앞으로 떨어진 핸드폰을 주워 정혁에게 내밀었다.

 

  「널 어떻게 해야 할까, 문정혁.

 

  사실 민우는 정혁이 자신을 기다리고 있는 30분을 지켜보고 있었다. 말도 되는 제안을 흘려버린 정혁 덕분에 일주일을 엉망인 감정으로 지내야 했다. 대답도 하지 못했고, 들려줄 수도 없었는데- 하긴 정혁은 자신이 대답을 하기도 전에 욕실 문을 닫고 나가버린 것이었다. 일부러 정혁을 피했다. 하루는 우혁이 찾아와서 무슨 일이냐고 묻기까지 했지만 우혁에게 조차 말할 없었다. 끝난 뒷북치고 있다고, 정혁과 자신의 미련한 감정 싸움을 떠벌리고 싶지도 않았다. 그럼에도 이렇게 나와버린 것은 어쩔 없는 감정과 본능의 이끌림이었다. 보고 싶고, 대화하고 싶고, 같이 있고 싶은 대상. 정혁의 말대로 해서는 사랑도 아닌데, 스스로 이렇게 바리케이트를 쳐버리는 걸까.

 

  「뭐 거냐.

 

  민우를 보자 막상 말을 완벽하게도 잃어버린 정혁이었다. 멀뚱히 얼굴만 바라보고 있자니 민우가 무안한 말을 꺼냈다. 당장이라도 입부터 맞추고 싶다는 알까. 아마 질색하겠지. 서두르지 말아야 겠다고 다짐해본다. 습관처럼 입을 맞추고 살을 부비던 바보같던 과거가 차라리 그리울 지경이었다. 민우가 다시 정혁의 어깨를 치며 어딜 거냐고 묻는다. 정말 나와준 맞아? 혹시라도 지나가다 보고 아니겠지. 확답을 받고 싶은데 그랬다간 그나마도 날아가 버릴 같은 녀석이었다. 글쎄, 하려고 했더라. 막연히 녀석이 나올 거라고 생각은 했었지만 정작 나온다면 무엇을 할지 생각해 보지 못했다. 딱히 하고싶은 있을 없었다. 그저 함게 한다는 만으로도 가슴 벅찬 일인데.

 

  「일단 멋진 호텔을 하나 잡아서 들어가자. 다음엔 24시간 동안 가둬두고… 끌어안고… 눈에 담아둘 거야. 잠도 자고, 먹지도 않고, 아무 것도 하고 너만 바라봐야지. 잊지 않아야 하니깐. ……네 하루라도 완벽하게 내가 가지고 싶다.

 

  「………….

 

  「넌…이런 내가 한심하겠다.

 

  「…특별히 정하지 않았으면, 이태원 가자.

 

  정혁의 저런 모습 하나하나가 재밖에 남지않은 민우의 공허한 가슴에 바람을 일게 했다. 제발, 흔적이라도 간직하게 해줘. 죽어가는 것에 애써 생명을 불어넣으려 하지 . 타버린 것에 숨을 불어넣지 . 바스락거리는 재를 손에 넣고 이렇게 무너지는 . 눈엔 이런 내가 보이지 않는단 말야? 없는 복잡한 표정을 하고 있는 정혁의 어깨를 잡았다. 이태원? 정혁은 다시 되물었다가 알았다는 주머니에서 바이크 열쇠를 꺼냈다.

 

  「어차피 술도 마실 아냐? 그냥 택시나 타고 가자.

 

  그런 정혁의 손을 잡으며 민우가 고개를 저었다. 정혁은 다시 열쇠를 집어넣고 민우의 손을 잡았다. 남자애들이 이런 해프닝을 벌이는 동안 아파트 정문으로는 끊임없이 사람들이 드나들었다. 그런 사람들을 의식한 민우가 정혁에게 잡힌 손을 빼내려 했다. 하지만 정혁은 막무가내로 민우의 손을 잡고 택시를 잡기 위해 대로로 향했다.

  맘에 들지 않은 것이 대체 뭔지 가늠할 수가 없다. 정혁에게 이렇게 손이 잡힌 것인지, 아니면 그걸 맘에 들어하지 않아야 하는 자신의 마음인지. 본능과 이상향의 괴리감. 그래봤자 이상향이란 것도 자신이 정해놓은 것인데.

 

  「하루만 뜻대로 고분고분 따라오면 ?

 

  정혁은 막무가내였고 기고만장했다. 이태원으로 향하는 택시 안에서도 뒷좌석에 나란히 앉아 민우의 손을 놓지 않았다. 이따금씩 택시기사는 백미러로 시무룩해 보이는 남자애 둘을, 그리고 그들의 맞잡은 손을 힐끔 보았다. 게다가 목적지도 이태원. 뻔하군. 실소를 흘리는 중년의 기사를 민우가 오히려 정혁의 어깨에 머리까지 기대버렸다. 그리고는,

 

  「그래. 맘대로 . 오늘은, 네가 하고 싶은대로 하자.

 

 

 

  이태원은 자주 오던 곳이 아니었다. 자주는 커녕 정도 와본 적이 전부였다. 민우가 하필 곳으로 오자고 했는 지는 나중에야 알게 됐다. 압구정에서 카페를 하던 민우의 사촌형이 얼마 이태원으로 가게를 옮겨 칵테일 바를 차렸다고 한다. 대낮의 이태원은 생각보다 건전했다. 옷에는 크게 관심있는 편은 아니었지만 줄지어 늘어선 멀티샵들을 둘러보며 쇼핑을 시작했다. 민우의 어깨에 팔을 둘렀다가, 허리를 껴안았다가. 스킨쉽은 끊이지 않았다.

  노점상의 분식코너에 앉아 떡볶이와 오뎅을 시킨 거의 습관적으로 튀어나온 것이라 정혁 마저 당황하고 말았다. 혜성이랑 있다 보면 지나치다가도 으레 들르곤 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민우는 잠자코 정혁을 따라 허술한 의자에 앉았다. 생각해보니 점심을 먹지 않았다. 이런 식으로 허술하게 식사를 하고 시간을 보내고 싶지 않았지만 어느새 민우는 포크로 떡볶이를 하나 찍어 먹고 있었다.

 

  「군것질을 별로 좋아하지 않잖아. 의외다, 이런 좋아해?

 

  의외인 것은 정혁이 아니라 민우였다. 민우는 저런 말을 늘어놓다가 금세 표정이 뒤바뀌더니 오뎅국물을 급히 들이켰다. 그런가 싶어 정혁도 먹다 말고 물끄러미 민우를 쳐다보았다. 얼굴이 약간 붉어진 민우가 아줌마에게 물을 달라고 부탁했다. 그제서야 정혁의 얼굴에 잔잔한 미소가 퍼졌다.

 

  「이게…맵냐?

 

  「………….

 

  정혁의 다소 장난스러운 질문에 민우는 침묵하고 물을 들이켰다. 민우가 귀엽게 보인 일은 거의 없었다. 어렸을 적에도 누구보다 유독 작았고 하얀 아이였지만 웃지도 않았고 아이다운 면도 없었기 때문에 그런 외양이 오히려 감정이 없는 아이같게 보이게 했다. 매운 먹는다는 것을 들킨 것이 상당히 맘에 드는 눈치인 고개를 숙인 억지로 먹고있는 민우가 정혁의 눈엔 누구보다 귀여워 보였다. 멍청하게 실실 웃는 정혁의 얼굴을 잠깐 노려본 민우가 결국은 정혁의 가슴을 가볍게 주먹으로 쳐버렸다. 정혁은 오히려 아파 죽겠다는 표정을 해보여 민우까지 실소가 터지게 만들었다.

 

  「다른 먹으러 가자.

 

  민우의 팔을 끌어당겨 일으켜 세우고는 근처의 레스토랑으로 들어가 식사를 주문했다. 민우는 말이 없다. 테이블이 쓸데없이 커서 민우가 너무 멀리 있는 것처럼 보였다. 민우는 말없이 밖의 풍경을 바라봤다. 점점 거리를 메우기 시작하는 외국인 관광객들, 쇼핑을 하러 나온 사람들, 그들의 분주한 발걸음, 그리고 내로 사라지는 똑같은 얼굴들. 움직이는 사람들, 멈춰있는 우리. 

 

  「저 밖의 사람들이 나보다 좋은가 보다.

 

  「정혁아, 혜성이한테는 뭐라고 말하고 나왔냐.

 

  순간적으로 짜증이 치솟았다. 이러다 애증이라도 생기면 어쩌나 싶을 정도로. 민우의 눈이 자신의 얼굴을 향해있다는 것에 만족을 느낄 새도 없이 녀석은 자신을 자기혐오에 강에 빠지게 밀어넣는다. 마디, 얼굴 표정 하나에 이렇게 초에도 온갖 감정에 휩싸여버리는 내가 한심한 걸까, 아니면 네가 잔인한 걸까. 도저히 중심을 지킬 수가 없을 정도로 이렇게 흔들리는 .

 

  「오늘 하루는 뜻대로 해준다며? 혜성이 이름 입에서 나왔으면 좋겠다. 네가 혜성이 생각한다는 것도 충분히 괴로워, 나쁜 놈인 알지만……, 혹시 때문이라고 생각하는 거야? 맙소사, 제발 자학도 정도껏 !

 

  주문한 음식이 나왔는데도 전혀 식욕이 생기지 않았다. 급기야 민우는 담배까지 꺼내들었다. 순식간에 의욕상실이 정혁의 얼굴을 보다 민우는 다시 담배를 집어넣었다. 저렇게 흔들리는 이유는 때문일까, 아니면 혜성 때문일까. 차라리 정혁이 자신을 싫어하고 경멸했으면 편하겠단 이기적인 생각도 든다. 혜성은 어떨까. 누구보다 민우에게 부담스러운 존재는 혜성이었다. 차라리 혜성이 화를 내고 둘을 비난했다면…….           성자처럼 정혁과 자신의 애매한 관계를 받아들여주겠다는 혜성의 태도가 정혁에겐 힘들었을 지도 모르는 일이다. 누구 하나도 제대로 중심을 잡아줄 사람이 없었다.

 

  「이거 먹고 저녁 되면 연도형 바에나 가자. 것도 있고.

 

  민우의 사근사근한 목소리에 정혁은 다시 복잡한 생각을 접고 고개를 들었다. 민우는 살짝 웃고 있었는데 거의 모든 달관한 듯한 늬앙스였다. 민우가 수저를 들어 밥을 때까지도 정혁은 민우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어색한지 민우가 다시 웃는다. 전에도 그랬지만 요즘은 유독 웃는 얼굴이 어색하다. 마치 그동안 민우가 웃는 것은 보지도 못했던 것처럼 생소하기 이를 없다. 민우가 저렇게 웃었던가. 눈꼬리가 접히며 가늘게 휘어지는 . 이마까지 내려온 머리카락. 덕분에 전체적으로 웃는 얼굴이 귀여운 인상이 되었지만 정혁의 눈에는 오히려 애잔해보여서 금방이라도 같이 보였다.

 

  「야, 너무 그렇게 보진 마라, 민망하다.

 

  민우가 결국은 정혁의 손에 수저까지 들려 주고는 헛기침을 해댄다.

 

 

 

  저녁이 되자 이태원은 환락가로 변신을 했다. 특히 토요일이라 쏟아져 나오는 사람들의 무리에서 정신이 없을 정도로. 민우가 사촌형에게 위치를 묻는 전화를 하고 있는 동안 정혁은 민우의 어깨로 팔을 둘러 껴안았다. 지나가던 여자들 몇몇이 그런 둘을 뒤돌아보고 한참을 쳐다보다가 이상한 환호성을 지르자 정혁도 여자들을 뒤돌아봤다.

 

  겨우 골목을 찾아 도착한 바는 상가건물의 3층에 위치했고 인테리어도 상당히 화려했다.

 

  「형, 오랜만이네.

 

  「정혁이랑 같이 거야? 설마 3이라고 공부했냐, 한동안 보이더라 너네.

 

  연도형은 그렇듯 자신과 민우를 환대해주었다. 저녁 시간이라 곳이 없을 정도로 바는 장사가 되는 했다. 미성년자가 어쩌구 저쩌구 하며 일장연설을 늘어놓았지만 그래도 앞으로 알콜이 들어간 칵테일이 나왔다.

 

  「뭐야, 우리 오늘 아주 많이 취해야 하는데 겨우 칵테일?

 

  불만이라는 정혁이 말하자, 곧바로 개업 선물 내놓으라는 반응이 나와 둘은 다시 기를 죽이고 내주는 것만 마셔야 했다. 바에 앉아있다가 창가의 테이블로 자리를 옮긴 둘은 또다시 침묵에 빠졌고 멀뚱히 풍경만 바라보았다. 분주히 움직이는 사람들을 내려다보는 다른 인상이다.

 

  「내 하루를 빌렸으면 일정은 네가 잡아야 하는 아니냐? 다음엔 건지 말해봐.

 

  「…너랑 자야지.

 

  어색함을 깨려고 말이었는데 정혁의 대답은 오히려 어색함의 부피를 늘려놓고 말았다. 민우는 잠시 시선을 돌려 술을 마시고 있는 사람들을 바라보았다.

 

  「나… 완전히 가지고 싶다니깐. 이해하지? 그런 놈이니깐, 원래 나보다도 아는 놈이잖아. 내가 말하지 않아도 알잖아. 내가 오늘 너랑 건지-.

 

  「네가 마디 때마다 머리가 아파. 정말 조금도 자라지 않았어.

 

  매운 담배연기가 잠시 시선을 흐려놓았다. 민우는 담배만 피워댔다. 언젠가부터 민우와 함께 하면서는 웃을 수가 없어졌다. 자꾸만 조급해졌다. 정혁은 바싹 마른 입술을 맥주로 축였다. 그만 피워라. 벌써 가치인지 모른다. 민우가 헐거워진 담배갑에서 하나를 꺼내는 것을 보고 정혁이 불만인 말했다.

 

  「나, 문신할 거다. 여기로 오자고 것도 그것 때문이었어. 알지? 원래 하나 하고 싶어했잖아.

 

  애써 담배갑을 내려놓으며 민우가 카랑카랑한 목소리로 말하자, 민우가 입에 물었던 담배를 들어 모금 빨아들이려던 정혁의 입술에서 불붙은 담배가 테이블 위로 떨어져버렸다. 무안한 민우가 괜시리 앞머리를 뒤로 넘겨 빗는다. 거라고?! 정혁이 황당함에 되물었다. 물론 민우가 평소부터 문신에 관심이 많은 것을 알고 있다. 조폭되려고 작정했냐고 그럴 때마다 장난스레 대꾸한 것도 기억하는데 이렇게 정말 한다고 지는 몰랐다.

 

  「뭐냐 이민우. 진작 말을 했어야지.

 

  「말 했으면?

 

  「여기 왔지, 새끼야. 하여간 엉뚱하게 치는 알아줘야 . 아버지 아시면 어쩌려고 그러냐.

 

  「아버진 얼굴 시간도 별로 없으신 분인데, 설마 엉덩이에 보시겠냐.

 

  겨우 담배가 벌어진 입에서 다시 떨어진다. 자식이 설마 칵테일 마시고 취했나. 정혁은 그야말로 기가 차서 다시 민우의 천진난만한 얼굴을 노려보았다. 웃긴 일이었다 사실. 보수적일 것도 없는 성격인데 민우가 저렇게 나오니 마치 몸을 함부로 굴리려는 같아보여서 참을 수가 없어진다. 자꾸 나쁜 쪽으로 자포자기해버린 같은 생각이 드는 대체 왜일까.

 

  「야쿠자처럼 등판 덮는 것도 아니고, 작게 문양만 거다. 그리 난리냐.

 

  「그럼 나도 할래.

 

  이번엔 민우가 정말 말리겠다는 정혁을 노려보았다. 목말라, 미친 새끼 때문에. 정혁은 맥주를 시켰고, 알바생 대신 연호형이 직접 와서 맥주를 내려놓더니 민우에게 올라가보라는 말을 했다. 그제서야 정혁은 잔뜩 화가 자리에서 일어나서는 따지기 시작했다 .

 

  「아 진짜 , 사촌동생 대놓고 타락시키려고? 문신이야, 형이 소개해준 거야?

 

  「주머니 가벼운 사촌동생 생각해서 공짜로 받게 해주는 것도 어디냐, 임마. 사내놈이 작은 문신 하나 하는 어때서. 게다가 분은 실력도 최고라고.

 

  민우가 웃으며 일어나 윗층으로 연결된 계단쪽으로 향하자 얼른 정혁이 민우의 팔을 잡고 뒤를 따랐다. 윗층은 얼핏 보기엔 피어싱 등의 악세사리나 수입 힙합 의류를 파는 가게로 보였다. 연호형이 누군가에게 웃으며 민우를 소개했고, 어깨까지 머리를 질끈 묶은 삼십대 정도의 남자가 민우에게 손짓을 했다. 정혁은 모든 맘에 들지 않아 한껏 인상을 찌푸렸다. 자기가 무슨 아티스트라고 저런 꼴이란 말인가, 재수없게. 남자가 민우를 데리고 작은 방으로 들어간다. 사실 모범생이라고는 절대 말할 없는 정혁이었지만 곳의 분위기는 상당히 불량스럽고 퇴폐스러워서 당장이라도 민우를 데리고 나가고 싶었다. 진득하고 무겁게 내리누르는 음악소리도 적잖게 귀에 거슬린다.

 

  「한 시간 정도 걸린다. 친구는 밖에서 기다려라.

 

  「아뇨, 여기서 보고 있을 건데요.

 

  얼른 정혁이 대답하자 민우가 실소를 터뜨린다. 그제서야 남자가 민우와 정혁을 번갈아보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민우가 작은 침상에 엎드려 누웠다. 새끼가 진짜 어디다 하려고 저러지. 정혁은 민우가 엎드린 침상 맞은편에 의자를 가져가 앉았다. 민우가 지그시 감았던 눈을 뜨더니 뭐라고 작게 말했지만 워낙 음악소리가 커서 들리지 않았다. 테이블 위에 놓인 문신 도구들을 보니 이제야 자식이 정말 문신을 한다는 것이 실감이 나자 정혁은 민우의 귀에 대고 속삭였다.

 

  「그럼 이왕 , ‘문정혁 새기는 어때.

 

  민우가 다시 바람 빠지는 소릴 내며 웃는다. 긴장하지 말고! 남자가 민우에게 긴장하지 말라고 했을 이미 민우는 웃고 있던 와중이었다. 정혁은 엎드려 있느라 앞으로 쏠린 민우의 머리칼 속으로 손을 집어넣었다. 가볍게 두피를 쓰다듬어 주자 민우가 눈을 감는다. 순간 민우가 다시 작게 정혁에게 속삭였다. 정혁은 환청이라도 들은 것처럼 멍한 기분이었다.

 

  『그렇게 해도, 항상 거야.

 

  정말 엉덩이에 건가. 벨트를 풀고 바지를 약간 내려 입은 채여서 환한 조명 아래 민우의 엉덩이가 반쯤 드러났다. 오히려 정혁이 민망할 정도로. 남자가 민우의 진녹색 맨투맨을 허리 위로 올리자 마치 어린 아이가 주사맞을 때의 모습이 연상되었다. 엉덩이와 허리 사이의 애매한 위치에 물을 뿌리고 솜털을 깎는다. 순간 상황에 정혁이 크게 웃음을 터뜨렸다가 다시 입을 다문다. 소독용 알콜을 다시 위에 바르더니 민우가 미리 골라놨던 것인지 작은 크기의 문양이 위에 덮여졌다. 정혁이 고개를 빼서 어떤 문양인지 확인을 하려했다. 생각보다 단순한 것이었다. 정도면 문신이라도 상관없겠다 싶을 정도로 세련되고 심플한 바코드 문양에 밑으로 라틴어체의 단어 하나. 남자는 때부터 무서울 정도의 집중력으로 작업을 시작했다.

 

  「아파?

 

  다소 일그러진 미간을 손가락으로 펴주며 정혁이 물었다. 민우가 작게 고개를 저었다. 정혁은 다시 민우의 머리칼 속으로 손을 넣어 마사지를 해주었다. 민우가 손을 정혁의 무릎에 올려놓았다. 정혁은 손에 깍지를 꼈다. 정말 아픈 걸까. 아니면 고통이라도 즐기는 건가. 궁금할 정도로 민우는 단잠에 빠진 사람처럼 나른해보였다. 그런 표정의 민우를 보는 것도 드문 일이라 정혁은 열심히 민우의 얼굴을 감상했다. 이마에 송글송글 땀까지 맺힐 정도로 남자는 열심히다. 하지만 자꾸만 민우의 몸에 손대는 것이 상당히 눈에 거슬렸다. 허리와 엉덩이를 오가는 분주한 손길을 보느니 속이 불편해져 다시 민우의 얼굴로 시선을 옮겼다. 손가락을 속눈썹 아래로 가져가 간지럽히니 눈가를 찌푸린다.

 

  시간이 멈춘 같은 시간이었다. 둔탁하게 울리는 음악소리와 민우의 나른한 얼굴에 도취된 정혁도 남자가 몸을 일으켜 고개를 이리저리 꺾으며 한숨을 짓는 소리에 정신을 차렸다. 남자가 거울을 가져와서는 켠에 있는 거울을 민우에게 가리키며 뒷모습을 보라고 한다.

 

  「일주일 정도 있어야 거다. 때까진 하루에 번씩 붕대 갈아주고, 바세린 발라줘. 정도는 사우나나 수영 같은 것도 . 샤워는 문신한 조심해서 하고. 거의 완성됐을 때도 샤워 후에는 로션을 발라줘야 . 거기 친구, 네가 챙겨줘. 막상 본인은 잊기 마련이니깐.

 

  무뚝뚝한 남자는 외에도 세세한 주의사항을 말해주고는 다시 세심하게 거즈와 붕대를 대주고는 방을 나섰다. 이윽고 연호형이 호들갑을 떨며 들어와 바지를 추스린 민우에게 보여달라고 난리였다. 문신이 바지를 약간 내리면 보일 정도의 위치여서 연호형은 민우의 헐렁한 바지 허리께를 내려당겼지만 보이는 하얀 붕대 뿐이었다.

 

 

 

  「너 혹시 느끼냐?

 

  바를 나서 다시 밖으로 나오면서 정혁이 장난스레 물었다. 무슨 소리냐는 민우가 고개를 갸우뚱하자 정혁은 말을 말자며 너스레를 떨었다. 제법 쌀쌀해진 밤공기여서 길거리를 배회하기 보다는 따뜻한 곳으로 들어가고 싶었다. 아마 녀석도 피곤할 테고. 어느 취객들이 하나 비틀거리는 시간이었고 호객행위가 여기저기 만연했다. 어떻게 할까 고민하며 민우의 얼굴을 살피니 의외로 유쾌한 얼굴이다.

 

  「가출 청소년 같이 두리번거리지 말고 다음 코스를 정하라고.

 

  민우가 자신의 어깨에 팔을 둘렀길래 정혁도 자연스레 민우의 허리를 팔을 둘렀다. 하지만 민우가 작게 신음을 지르자 놀래서는 팔을 치웠다.

 

  「뭐야, 아팠어?

 

  「아팠지, 새꺄. 말대로 불감증이라면 다행이겠다.

 

  민우의 얼굴은 다소 상기되어 있었다. 하루는 됐지만 정도로 마무리 지어야겠단 생각이 들었다. 정혁은 근처를 둘러보다가 블럭은 건너 있을 우뚝 솟은 호텔 빌딩을 발견하고는 쪽으로 발걸음을 돌렸다. 허리에 팔을 얹고 천천히 걷던 민우가 느닷없는 방향전환에 다시 정혁의 뒤를 따랐다.

 

  「어제 잤냐?

 

  이번엔 정혁이 민우의 어깨를 끌어안으며 겨우 택시를 하나 잡아 뒷좌석 문을 열었다.

 

  「나 오늘 재우지 않을 거라고, 이민우.

 

  네가 눈에 보이지 않았던 하루는 지독히도 길었어. 억지로 눈을 감고 빨리 잠에 빠지고 싶을 정도로. 속도감에 무뎌지며 꿈을 꾸고 나면 내일이 펼쳐지겠지. 내일엔 네가 앞에 있길 바라며.

  어째서 너와 함께 하는 하루는   하루와 다른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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